황금으로 그려진 최초의 타로
비스콘티-스포르차 타로의 구성과 상징
📌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타로, 비스콘티-스포르차 타로. 22장의 트럼프 카드와 네 가지 문양 속에 담긴 르네상스 시대의 황금빛 상징 세계를 들여다봅니다.
오늘날 타로카드는 78장의 카드로 이루어진 체계적인 상징 세계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뿌리를 따라가면 15세기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에 제작된 비스콘티-스포르차 타로(Visconti-Sforza Tarot)에 도달합니다.
이 덱은 단순히 가장 오래된 타로라는 역사적 의미를 넘어, 현대 타로가 가진 상징 체계의 원형을 보여주는 귀중한 문화유산입니다. 지금 우리가 손에 쥐는 수많은 타로 덱들의 뿌리가 바로 이 황금빛 카드 한 벌에서 시작됩니다.
🃏 비스콘티-스포르차 타로는 어떻게 탄생했나
이 덱의 이름은 15세기 밀라노를 지배했던 두 가문, 비스콘티 가문과 스포르차 가문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당시 밀라노 공국의 군주였던 필리포 마리아 비스콘티, 그리고 그의 사위였던 프란체스코 스포르차의 의뢰로 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확히 누가 그림을 그렸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지만, 화가 보니파시오 벰보(Bonifacio Bembo)가 주요 제작자 중 한 사람으로 거론됩니다.
당시 카드 게임은 귀족들 사이에서 매우 인기 있는 오락이었습니다. 그래서 부유한 가문들은 단순한 게임용 카드가 아니라, 한 장 한 장이 예술 작품인 카드 덱을 주문 제작하곤 했습니다. 비스콘티-스포르차 타로는 그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탄생한 가장 화려하고 정교한 결과물입니다.
🃏 1. 카드의 전체 구성 — 현대 타로의 원형
비스콘티-스포르차 타로 역시 오늘날 타로의 기본 구조와 매우 유사합니다.
▸ 총 78장의 구성 (일부 카드는 소실되어 완전한 형태로는 남아 있지 않음)
▸ 22장의 트럼프 카드 — 오늘날의 메이저 아르카나
▸ 56장의 일반 카드 — 오늘날의 마이너 아르카나
다만 당시에는 ‘메이저 아르카나’, ‘마이너 아르카나’라는 명칭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트럼프(Triumph, Trionfi)라 불리는 특별한 카드와, 일반 카드라는 비교적 단순한 개념으로 구분되었습니다. 아르카나(Arcana)라는 말 자체가 ‘비밀’, ‘신비’를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후대의 명명이라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즉 처음부터 이 카드들이 신비로운 점술 도구로 불린 것은 아니었습니다.
🃏 2. 트럼프 카드 — 인간의 삶을 담은 22개의 상징
비스콘티-스포르차 타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트럼프 카드입니다. 이 카드들은 당시 중세와 르네상스 사람들이 이해했던 세계의 질서를 그림으로 표현했습니다.
광대(The Fool) · 마법사(The Magician) · 여교황(The Popess) · 여황제(The Empress) · 황제(The Emperor) · 교황(The Pope) · 연인(The Lovers) · 전차(The Chariot) · 정의(Justice) · 은둔자(The Hermit) · 운명의 수레바퀴(Wheel of Fortune) · 힘(Strength) · 매달린 사람(The Hanged Man) · 죽음(Death) · 절제(Temperance) · 악마(The Devil) · 탑(The Tower) · 별(The Star) · 달(The Moon) · 태양(The Sun) · 심판(Judgement) · 세계(The World)
이 카드들은 왕권, 종교, 도덕, 사랑, 시간, 죽음, 운명, 우주의 질서 등 인간이 경험하는 근본적인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목록 안에 ‘여교황(The Popess)’이라는, 현대 타로에서는 ‘여사제(The High Priestess)’로 이름이 바뀐 카드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당시 가톨릭 교회가 막강한 권위를 가졌던 시대 배경 속에서, 교황과 대비되는 여성 종교 권위자의 이미지를 담은 것으로 해석됩니다.
또한 황제와 여황제, 교황과 여교황이 짝을 이루는 구조는 당시 사회를 지탱하던 세속 권력과 종교 권력의 이중 질서를 그대로 반영합니다. 이 카드 한 벌이 단순한 놀이 도구가 아니라, 그 시대 사람들이 세상을 이해하던 방식 자체를 압축해 담고 있었던 셈입니다.
🃏 3. 네 가지 문양 — 일상의 세계를 표현한 카드
나머지 56장의 일반 카드는 오늘날 카드의 슈트(suit)와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카드가 인간 삶의 큰 주제를 다뤘다면, 이 56장은 좀 더 구체적인 일상과 사회 계층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각 문양은 에이스부터 10까지의 숫자 카드 10장, 그리고 시종(Page)·기사(Knight)·여왕(Queen)·왕(King)의 궁정 카드 4장으로 구성됩니다. 이 네 가지 궁정 카드는 당시 봉건 사회의 신분 구조를 그대로 카드 안에 옮겨놓은 것이기도 합니다. 검·잔·금화·막대라는 네 문양이 각각 기사 계급, 성직과 사랑, 상인 계급, 농민과 노동 계급을 은유한다는 해석도 있어, 이 56장만으로도 당시 이탈리아 사회의 계층 구조를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 4. 비스콘티-스포르차만의 특징 — 움직이는 작은 르네상스 회화
이 덱의 가장 특별한 점은 예술성입니다.
카드들은 두꺼운 종이에 금박을 입히고, 붉은색·푸른색·녹색 등 귀한 안료로 채색되었습니다. 당시 금박과 고급 안료는 매우 값비싼 재료였기에, 카드 한 벌을 제작하는 데에도 상당한 비용과 정성이 들어갔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배경의 황금빛 장식과 인물들의 화려한 의상은 당시 밀라노 궁정의 권위와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손바닥만 한 카드 한 장 한 장이, 마치 르네상스 시대의 회화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정교함을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현대 웨이트 계열의 타로와 달리, 마이너 아르카나의 숫자 카드는 대부분 단순히 문양의 개수만 표현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검 5’라면 다섯 개의 검이 장식적으로 배치될 뿐, 현대 타로처럼 하나의 장면이나 이야기를 그려 넣지는 않았습니다. 이는 후대인 1909년 라이더 웨이트 타로가 마이너 아르카나에까지 서사적 장면을 그려 넣으며 만들어낸 혁신과 분명한 차이를 보여줍니다. 즉 ‘카드 자체가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발상은 비스콘티-스포르차 시대에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 5. 타로의 시작점으로서의 의미
비스콘티-스포르차 타로는 점술을 위해 만들어진 카드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귀족들이 즐기던 고급 게임이자,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품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카드 속에 담긴 권력, 사랑, 운명, 죽음, 희망과 같은 보편적인 상징들은 수백 년이 지난 뒤 점술과 심리 탐구의 언어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게임을 위해 그려졌던 그림들이, 시간이 흐르며 인간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로 의미가 확장된 것입니다. 이것은 어쩌면 상징이 가진 본래의 힘일지도 모릅니다. 만든 목적과 상관없이, 깊은 의미를 담은 이미지는 결국 더 큰 쓰임을 찾아가는 법이니까요.
▸ 비스콘티-스포르차 타로는 15세기 밀라노에서 제작된 현존 최고最古의 타로 덱입니다.
▸ 22장의 트럼프 카드가 오늘날의 메이저 아르카나, 56장의 일반 카드가 마이너 아르카나의 원형입니다.
▸ 검·잔·금화·막대 네 문양은 당시 사회 계층을 상징적으로 반영합니다.
▸ 본래 점술이 아닌 게임과 예술품으로 시작했으나, 후대에 점술과 심리 탐구의 언어로 재해석되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손에 쥐는 수많은 타로 덱들은 서로 다른 그림과 해석을 가지고 있지만, 그 모든 이야기의 시작에는 황금빛으로 빛나던 한 벌의 카드, 비스콘티-스포르차 타로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본 칼럼은 타로카드의 역사와 배경에 대한 일반적인 소개입니다. 🌿
— 재건 · 리빌드 사주·타로 대표


